새벽 두 시. 봉별기

새벽 두 시.

힘든 하루를 마치고.
맥주 두 캔을 깠다.
밤 9시에 잠이 들어서
새벽 2시에 왜인지는 모르게 눈이 떠졌다.
그리곤 잠이 쉽게 들지 않네.

그런 날 있지 않나.
스스로가 못나보이고 미워보이고
자존감도 바닥을 치는 날.
지킬 수 없는 다짐을 세우지만
지켜지지 않을 거란 걸 알기에
또다시 자괴감으로 빠지고.

숨 쉬기에도 무덥고
잠 들기에도 무덥고
이 여름은 언제 지나가려나.

태풍님이 올라오고 계시다는데
제발 비껴가시지 마시고
정통으로 오셔가지고
비나 한바가지 쏟아주시옵소서



새벽 세 시.

아직도 잠들지 못한 양 한마리.
침대에 가서 누웠다가 다시 거실로 나와버렸다.

사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요즘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은 거 같다.
억지로 억지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네.
지금 막 애써서 억지로 억지로
아기와 나를 연관 시키지 않고
분리해서 생각하는 중이다.

육아를 하면서
아기가 내가 되고
내가 아기가 되는 일은  일상이다.
그것 때문에
내가 우울해지면 아기가 우울해지는 것 같아서
내 감정을 숨기고 숨기고
웃자 웃자만 해왔는데.

나는 나고. 아기는 아기인 거고.
힘들 때의 내 감정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미숙한 인간인기라...

여름 휴가라도 다녀왔으면
좀 더 나았으려나.

후.

좀 자둬야 내일의 육아가 더 수월하다는 걸
알면서도
잠이 들지 않네.

육아 얘기 안쓰고 싶었는데
결국 또 육아 얘기.
아아아아아아아아.

내 얘기는 없나.
내 얘기 하고 싶다.




세상을 알아간다는 것 육아일기

요즘 우리 꽁스는 부쩍 호기심이 많아졌다.
자기 자신을 넘어 세상을 알아가는 중이다.
동그랗고 까만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집안 곳곳을 둘러보고, 
밖에 데리고 나가면 홱홱 고개를 돌린다.

자기 손가락도 모르던 아기였는데
엄마를 알아보고, 바람을 느끼고, 장난감을 향해 손을 뻗는다.

아이의 세계가 조금씩 조금씩 물드는 것처럼 넓어지고 있다.

그런 꽁스가 요즘 제일 많이 보는 것은
엄마와 아빠 얼굴이다.
아기와 눈이 마주치면 늘 웃어주려고 노력하는데
잠을 많이 자지 못하는 날은 표정이 굳을 수밖에 없다.
그런 날은 아기에게 미안해 더 많이 안아준다.

언제가부터 아기를 품에 꼭 안으면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온다.
따뜻하고 냄새가 좋고 계속 곁에 있고 싶고.
뭐랄까 안심이 된다고 해야 하나.
신랑 품에 안겼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지만
또 다른 느낌이다.

아기를 안기만 해도 마음이 한껏 부풀어오르는 기분이다.
우리 아기도 그런 기분일까?
나는 너에게 좋은 안전지대가 되고 있는 걸까?
단단한 애착을 만들어주고 싶다.

-

아기를 키우면서 새로운 감정을 많이 알아가고 있다.
굳이 느끼는 감정의 갯수를 숫자로 표현하자면,
결혼을 하지 않았을 때와 결혼을 했을 때의 차이가 10배,
결혼을 해서 아기가 없었을 때와 아기가 있었을 때의 차이가 100배다.

결혼을 하지 않았을 누군가가 결혼을 해서 아기가 있는 누군가의 감정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고...느끼는 요즘이다.

아이를 핑계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상식 밖의 일을 벌이는 것을 이해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엄마라는 이름으로 내 앞에 툭툭 던져지는 무수한 감정들이
꽤 보편적이라는 걸 알게 됐다.
비단 나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이 땅의 많은 엄마들이
아기를 이렇게나 애지중지 키우나 보다.
아기를 위해 자신의 가시를 스스로 뽑을 수도 있는 고슴도치가 되나보다.

-

오늘은 꽁스와 함께 목욕을 하고 싶은 날이었다.
욕조에 적당히 미지근한 물을 가득 채우고
맨몸으로 앉아 아기를 안았다.

투정 없이 물장구를 치는 아기를 한참은 바라봤다.
피부에 난 솜털 하나하나까지 다 예뻤다.
보송보송하게 몸을 말려주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고 난 뒤
조명을 낮췄다.

침대에 뉘어 눈을 바라보며 자장가를 불러줬다.
예쁜 꿈을 꾸렴. 아가야.
새까만 눈동자가 사라졌다 생겼다를 반복한다.
꿈벅꿈벅.
잠들기 시작하는 꽁스의 얼굴이 한 없이 평화롭다.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이 슬펐다가. 좋았다가. 이리저리 뒤바뀐다.

수면교육을 울리는 방법으로만 하다가
얼마전부터 토닥이며 재우는 방법으로 바꿨다.

아기가 잠을 자려고 할 때 옆에 있어주지 않는 엄마는
엄마 자격이 없다는 글을 보고 난 뒤,

사실 한참은 멍해졌다.

울리는 방법으로 수면교육을 하면서
아기에게 제대로 된 자장가를 불러주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아기가 스스로 혼자 자야한다는 것에만 매여 있었다. 

토닥이며 재워도 아기는 10분 내에 혼자서 스르륵 잘 잤다.
울지 않고 눈 감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사실, 지금까지도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 모르겠다.
울리는 방법 때문에 아기가 혼자서 잘 수 있었고
지금 하고 있는 토닥이는 방법이 잘 먹혀들어간 걸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아기가 울며 잠드는 날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언제까지 토닥이는 방법이 잘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잠자는 아기 옆에서
따뜻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

-

아기는 진짜
먹고, 자고, 싸는 것만 잘하면
아무런 탈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저 위의 세 가지 일이 정말 힘들고 어렵다는 일이라는 거.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극한직업, 그 이름은 바로 엄마. 육아일기

1월9일에 아기를 낳았다.
유도분만으로 자궁문이 80프로까지 열려서
아기 머리가 거의 다 내려왔는데
출혈이 많고 아기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고
또 머리가 자궁에 끼여
응급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하게 됐다.
음.. 아기를 낳아본 사람들은 안다.
나 같은 케이스를 "최악"이라고들 하지.
더군다나 나는 무통 주사도 잘 안들어서
생 진통을 다 겪었고
제왕절개 전신마취 합병증으로
고열에 항생제 부작용까지
진짜 출산에 관한 모든 아픔, 고통, 힘듦을 다 겪었다.

아...
두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각설하고,
아기를 낳고 병원에 11일이나 입원을 하고
조리원에 2주 있다가
도우미 아줌마의 도움 없이
무대뽀로 시작된 나의 육아.

왜!!! 왜 아무도 나에게
출산과 육아와 수유가 이렇게 힘든 거라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것인가.

진짜 수습시절보다 정신, 육체적으로 100배는 더 힘든 것 같다. 극한 직업이 따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이유는
내 눈 앞에서 곤히 자고 있는 우리 아기, "꽁쓰" 때문.
지금도 자다가 혼자서 웃는다.
소셜스마일이 아닌 근육웃음(배냇짓)이지만
너무나도 이쁘다.
(아기 이름과 얼굴은 밝히지 않으렵니다)

생후 21일째 되는 날, 우리집에 와서
오늘, 37일이 되는 날까지
꽁쓰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컸다.

꽁쓰도 나도 아직 서로서로 맞춰가야할 것이 많은 시기.
우리 한 번 잘해보자 아가야.
나와 나의 성장이 정말 기대된다.
무럭무럭 자라자 울 아가도 나도.

아기를 곧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육아일기

30일 새벽 4시부터 아랫배가 생리통처럼 아파왔다.
으레 지나가는 가진통이려니 했는데 
일정한 주기로 아파오는 것 같아
주기를 재어주는 어플을 켰다.

새벽 4시부터 새벽 6시40분까지 거의 3시간 동안
10분 주기로 가진통이 왔고, 지속시간은 1분에서 2분 정도였다.

허리까지 끊어질 듯이 아팠기에
주기가 조금이라도 짧아지면 
진진통일 것 같았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아기한테도 계속 말을 걸어줬다.

"꽁냥아 엄마는 준비가 다 됐어. 꽁냥이도 나올 준비 하는 거니?

누구나 거쳐간 출산.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뜬 눈으로 밤을 지새면서 사실 별 생각을 다 했다.

"1월11일이 예정일인데, 12월생이 되니 조금 아깝다"
"아니야, 아니야. 아기가 나오고 싶을 때 나오는 게 최고지"
"자연분만 할 때 무통 주사를 맞는게 좋으려나"
"신랑은 언제 깨워야 하고 병원은 언제 가야 하지"
등등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혼자서 어플을 체크하고 10분 주기가 6번 이상 됐을 때(1시간 넘게 지났을 때)
신랑을 깨웠다. (이때부터 약간 겁나기도 해서)
그 시간이 새벽 5시30분쯤.

신랑을 깨우고 나서도 1시간 가량 10분 주기의 가진통이 찾아왔는데,
너무 피곤하고 잠이 와서 그런지
어플을 계속 체크하기 힘들었다.
또 예정일이 아직 12일 남은데다
이슬이나 다른 증상은 없었기에
"그냥 자자"라고 생각하고 눈을 붙였다.
진진통이면 하늘이 노래진다고 하던데
그럼 그 때 병원을 가면 되겠지.

신랑은 아파하는 날 위해 노래도 불러주고
등도 토닥여줬다.

다행히 아침이 되어 가진통은 지나갔고
진진통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렇지만 왠지 새벽이 두려워지는 이유는 뭘까.
후덜덜.
오늘 새벽은 무사히 지나가주길.
아니면 차라리 진진통으로 이어져서
아기를 만날 수 있길. ㅠㅠ

꽁냥아.
엄마도 힘들고 너도 힘들겠지만
우리 서로서로 노력해보자.
엄마는 우리 아들 믿어요.
아들도 엄마를 믿어줘.

사랑해.

2017 올해의 결산 봉별기


올해 책 40권, 전시&공연&영화 30편을 보려고 했다.
전시&공연&영화는 채웠으나
책만 완전 실패 ㅠㅠ 따흑
그래도 절반 쯤은 성공했으니 남들 다 하는 결산, 나도 해본다.

<책>
풀꽃도 꽃이다 1, 2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
국가란 무엇인가
엄마를 부탁해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라면을 끓이며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임신했니, 언니가 도와줄게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쨋다구요
왕따의 정치학
프랑스 아이처럼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인간과 우주에 대해 아주 조금밖에 모르는 것들
EBS 부모 아이 발달
닥터오 아기진료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존볼비와 애착이론
철도원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총 20권

<영화>
라라랜드 ★★★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
마션 ★★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
라이언 일병 구하기 ★★
23아이덴티티 ★☆
빅쇼트 ★☆
다이하드4 ★★☆
클래식 ★★
미쓰와이프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 ★★☆
컨택트 ★☆
히든피겨스 ★★☆
공조 ★☆
아가씨 ★★
덩케르크 ★★
미녀와 야수 ★☆
택시운전사 ★★
겟아웃 ★★☆
미비포유 ★★
너의이름은 ★★
레버넌트 ★★☆
범죄도시 ★☆

총 23편

<전시 및 공연>
대구 미술관 판타지 메이커스
연극 오백에 삼십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정기전시
제주도 본태박물관 정기전시
서울 리움 정기전시
제주도 김영갑 갤러리
그린플러그드 경주 2017
강정 대구현대미술제 2017

총 8편

<2017년 나의 베스트>
올해의 책 - 국가란 무엇인가
올해의 영화 - 라라랜드
올해의 전시 및 공연 - 그린플러그드 경주 2017


<2017년의 이벤트>

올해의 이벤트 - 결혼기념일(4월30일) 하루 전날, 임신테스트기에 뜬 두 줄. 하이 꽁냥!

2월, 신랑과 함께 5박6일 사이판으로 다이빙 여행, 처음으로 해본 부부 버디!
2월, 신랑과 함께 7박8일 남해-여수-보성-진도-목포-변산-군산-태안-무주 여행.
3월, 나홀로 떠난 1박2일 제주도 여행.
4월, 새로 지어진 아파트로 이사.
4월, 신랑과 함께 2박3일 서울 여행. 나는 첨으로 롯데월드 방문. VR의 신세계에 깜놀함.
5월, 문재인 대통령 당선.
6월, 신랑과 함께 성주 포천계곡에서 텐트 치고 놀다 급격히 불어난 물에 황급히 피신. 껄껄 웃었다.
6월, 신랑과 함께 1박2일 울진 여행. 덕구온천 방문.
7월, 신랑과 함께 1박2일 보령 여행. 머드축제 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해에서 해수욕 해봄.
7월, 신랑과 함께 3박4일 제주도 여행.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주 앞바다에서 해수욕 해봄.
8월, 신랑과 함께 1박2일 단양 여행. 상운이네 부부와 조우.
9월, 신랑과 함께 1박2일 경주 여행. 그린플러그드 토/일 모두 관람.
9월, 달성군립도서관에서 채사장 작가의 강연 들음.
10월, 신랑과 함께 5박6일 방콕 여행.
11월, 대구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지진. 사상최초 수능연기.


이렇게 글로 적고보니 올해 정말 많은 일이 있었구나.
특히 매달 신랑이랑 여행을 갔...
그래서 우리 가계부가 그 꼬라지가 됐...따흑ㅠㅠ
내년에 꽁냥이가 태어나면 저렇게 여행을 가고 싶어도 못가겠지?
돈으로는 절대 환산할 수 없는 둘만의 추억.
우리 부부는 그 가치를 잘 안다.

특히 나는 개인적으로 올해 신랑과 정말정말 사이좋게 지내서
참 행복한 한 해였다.
아기를 가진 것도 큰 축복이지만
신랑과 무탈하게 잘 지낸 것도 정말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신랑은 눈 떴을 때부터 자기 직전까지 날 웃게 해줬고
나는 그런 신랑이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나날들이 계속됐다.
가끔 의견 차이로 투닥거리긴 했지만, 금방 풀렸고
나는 "이렇게까지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았다.
진짜 매일매일이 좋았다. 신랑과 나는 눈만 마주쳐도 웃었다.
안좋았던 날은 손에 꼽을 정도고 이젠 기억조차 안난다.

앞으로 아기가 태어나면 부부 사이에도 변수가 생기겠지만
지금처럼만 이 친밀감을 유지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위로해주며 살고 싶다.

신랑과 나, 그리고 아기까지 멋진 한 팀이 되는 것.
내년의 나의 꿈이다.
꼭 이루어질 수 있길 바라며.
2018년 한 해도 행복하쟈. 아프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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