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 신혼일기

나는 엽서를 모으는 걸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꽤 아끼는 엽서는 오드리햅번의 흑백사진 엽서다.

오드리는 흰색 벽을 배경으로 왼쪽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검은색 폴라티에 장신구는 없다.
(얼굴이 그냥 다했다...)

대학시절, 사진강의를 들었었는데
그때 교수님이 흑백사진을 언급하면서 그런 말씀을 하신 기억이 난다.

"보통 흑백사진은 배경을 어둡게 하고 얼굴을 밝게 해서 인물을 부각시킨다."

그런데 오드리의 흑백사진은 배경이 밝은 흰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그냥 오드리의 얼굴이 배경보다 더 밝게 빛나는 거다.
(얼마나 얼굴에 자신이 있었으면...ㅎㅎㅎ)

배경이 밝은 흰색인데도 오드리의 실루엣은 아름답기만 하다.
콧대며 광대며 턱선까지 우아하기 그지 없다.
뭔가 흑백사진이라 더 집중이 잘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쨋든 흑백사진에 대한 내 생각은 저런 것이 전부였는데
뜬금 없이 내가 흑백사진의 주인공이 될 기회가 왔다.
신랑 덕분에. ㅎㅎ

신랑은 내 만삭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직접 그림까지 그리며 콘티까지 짠 "우주최강 귀요미"인데
그 콘티에 흑백사진 컨셉이 있었나보다.
찍어주고 싶다고도 말해줘서 넘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만난지 8년째 되는 날 늦은 오후,
나는 우리집 거실벽 앞에 섰다.







첫 사진부터 분위기 있게 뙇 ㅎㅎㅎㅎㅎㅎ
뭔가 지난번 야외촬영 만삭사진은 활짝 웃는게 많았는데
흑백사진은 약간 시크하게 찍어보고 싶었다.
하하하하하핳 쑥쓰.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사진.
뭔가 눈빛이 ㅋㅋㅋ 맘에 든다. 




여전히 어색하고 쑥쓰러워서 긁적긁적 하는 사진도 있다.
크흐흐흐




이건 인스타에 올리니 사람들의 반응이 제일 좋았던 사진.
아마 자연스러워서 그런것 같다.
신랑이 사진을 찍어주면서 계속 웃겨줘서 그런 듯. ㅎㅎ
저 배를 안고 있는 포즈가 나름 괜찮았다.



식탁 의자를 가져와 앉아봤다.
역시 사진은 소품을 잘 활용해야 ㅎㅎ
거실 조명 때문에 얼굴을 좀 들어보이는 포즈를 취했다.



꽁냥아, 잘 있니?
엄마 뱃속은 따뜻하니? 놀만해? 흐흐
이제 우리 만날 날도 40일 남짓 남았구나!



이 사진도 마음에 쏙 든다.
카메라를 응시하지 않으니 더 자연스러운 느낌.
비록 허리라인도 없고 배는 남산만하고 허벅지는 조기축구 하는 아저씨 저리가라지만 ㅎㅎ
그래도 임신한 내 몸이 아름답다.



점점 시크한 표정을 짓는 내 얼굴은 사라지고
다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ㅎㅎ
역시 사람은 타고난 대로 살아야. 흐흐흐



나는 내 얼굴이 참 마음에 든다.
쌍커풀도 있고 이도 가지런하고 턱도 뾰족해서 1000만원쯤은 벌었다고 생각하며 산다.
검은색 눈알도 크다.
어릴땐 '소눈' 이라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ㅋㅋㅋ
나이가 드니 흐리멍텅해지는 거 같다. ㅠㅠ



신랑이 사준 프리저브드 플라워.
우리집 거실에서 내가 제일 아끼는 소품이다!
(새턴 5호가 조립이 완성돼서...음... 2순위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ㅠㅠ)




이 사진 하나 찍기 위해 우리 신랑은 얼마나 많은 셔터를 눌렀던가!
저 꽃을 들고 있는 포즈가 영 어정쩡해서 이리 들었다 저리 들었다 했다.
결국엔 신랑이 꽃을 낚아채가선 직접 시범까지 보여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은 가장 나다운 사진으로 마무리!
역시 나는 잇몸미소가 딱......ㅋㅋㅋㅋㅋ



야외촬영에 이어 흑백사진까지
금손 오브 금손 우리 신랑 덕분에
좋은 추억 잘 쌓았다!
고마워. 뽀뽀쪽쪽♡

둘째를 가지게 될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인생에 있어 이렇게까지 다이나믹하게 변한 내 몸을 볼 일이 또 있을까.
(배꼽이 튀어나올 정도로 배가 나오다니! 흐흐)

몇 년이나 혹은 몇 십년 뒤에 보면
진짜 짠-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