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6일 남산만한 배 육아일기

'배가 남산만하다'는 말의 뜻을 알게 됐다.
최근의 내 배는 정말로 크다.
임신 전에 유독 상체가 말랐었고
임신을 하고나니 배만 집중적으로 불러왔다.
12주부터 배가 볼록해서
주변에서 많이 알아볼 정도였다.

나는 배가 쫄리는 걸 워낙 싫어해서
수면바지든 치마든 뭐든 좀 작거나 쫄리는 기분이 들면 바로 벗어버린다. (집에만 있어 다행이다)
신랑은 이런 날더러 '팬티맨'이라고 부르다가
최근엔 날이 추워져서 배 부분이 편한 산모용 내복을 사서 입기 시작하자 '분홍소세지'라고 부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달눈 지으며 귀엽게 깐족거려서 화낼 수도 없고.
놀리다가도 뚜껑 열릴때쯤엔 뽀뽀해주니
당해낼 수가 없다.

배가 커지니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임산부가 아니면 아마 그 누구도 모를 불편함.
몇 개만 끄적끄적.

1. 발톱을 혼자 못 깎는다. 우리 신랑이 내 발톱을 깎아주고 있다. 비슷한 예로 양말이나 레깅스를 신을때, 팬티를 입을때, 떨어진 차키를 주울 때 등등 허리를 굽히며 하는 모든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 허리에 엄청 큰 복대 차고 있는 기분이랄까.

2. 설거지를 할때 배가 싱크대에 닿여서 상체를 뒤로 빼고 하다보니 허리까지 아프다. 설거지를 두 파트로 나눠 쉬다가 해야할 정도.

3. 똑바로 누워서 잠을 못잔다. 나는 원래 엎드려자는 습관이 있었는데 임신하고 한번도 엎드려 자 본적이 없다. 옆으로만 잘 수 있는데, 양수와 애기가 한쪽으로 쏠려 갈비뼈가 아픈 날도 있다.

4. 누군가를 안을때 엉덩이가 뒤로 쭉 빠진다. 배가 커지다보니 엉덩이를 쭉 빼고 가슴만 닿아 있는채로 어정쩡하게 안는 것이다. 신랑을 안을때도, 오랜만에 만난 벗을 안을때도 마찬가지.

5. 식탁과의 거리가 멀어진다. 배가 커지니 의자와 식탁과의 간격이 생겨나고, 뭘 흘리면 배에 다 떨어진다. 샤워할때 양치하고 물 뱉어도 내 배에 떨어진다.

6. 땅바닥에 앉는게 안된다. 배가 커서 뒤로 넘어갈 것 같아서 바닥에 앉을 수가 없다. 뒤에 기댈 것이 있다면 가능한데, 많이 불편하다. 물론 앉았다 일어나는 것도 용을 써야 한다. 침대면 혼자서 가능한데 바닥에서 일어나려면 누군가 부축을 해줘야 수월하다.

7. 걸음이 느려진다. 요즘엔 거의 팔자 걸음으로 다니고 있다. 펭귄처럼 뒤뚱거리는 내 모습이 웃기다.

8. 속이 엄청 더부룩하다. 자궁이 모든 장기를 다 누르고 있는거다. 위도 누르고 장도 누르고. 하여간 소화기관쪽으론(먹는거든 싸는거든) 문제가 생긴다.


대충 생각나는 것만 끄적여봤다.
배가 커져있는게 불편하기도 하지만
신기하기도 하다.
이 안에서 꼬물꼬물 놀고 있는 울 아기는
어떤 모습일까.
한 달 남짓만 지나면 널 만날 수 있다니.
두려우면서도 설렌다.
내일은 임신한지 딱 35주 되는 날.
병원에 막달검사를 하러 간다.
무사히 끝내고 큰 이벤트 없이 출산 잘 할 수 있길.
매일매일 바라고 또 바라본다.

덧글

  • 우물쭈물하지않으리 2017/12/10 14:13 #

    분홍소시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니 엎드려서 잘 수 없는건 나에겐 크나큰 고통인걸! 오우 지쟈쓰.....
  • 별일없는 둘리 2017/12/14 13:56 #

    나도 무조건 엎드려서 자는데 임신하고 나니 뱃속의 아기가 신경쓰여서 그렇게 못하겠더라 생각해보니 초기엔 엎드려 잔것 같기도 하고 ㅠ 근데 중기 이후부턴 엎드려 자고 싶어도 잘 수가 없다 불편해서 끄윽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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