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알아간다는 것 육아일기

요즘 우리 꽁스는 부쩍 호기심이 많아졌다.
자기 자신을 넘어 세상을 알아가는 중이다.
동그랗고 까만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집안 곳곳을 둘러보고, 
밖에 데리고 나가면 홱홱 고개를 돌린다.

자기 손가락도 모르던 아기였는데
엄마를 알아보고, 바람을 느끼고, 장난감을 향해 손을 뻗는다.

아이의 세계가 조금씩 조금씩 물드는 것처럼 넓어지고 있다.

그런 꽁스가 요즘 제일 많이 보는 것은
엄마와 아빠 얼굴이다.
아기와 눈이 마주치면 늘 웃어주려고 노력하는데
잠을 많이 자지 못하는 날은 표정이 굳을 수밖에 없다.
그런 날은 아기에게 미안해 더 많이 안아준다.

언제가부터 아기를 품에 꼭 안으면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온다.
따뜻하고 냄새가 좋고 계속 곁에 있고 싶고.
뭐랄까 안심이 된다고 해야 하나.
신랑 품에 안겼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지만
또 다른 느낌이다.

아기를 안기만 해도 마음이 한껏 부풀어오르는 기분이다.
우리 아기도 그런 기분일까?
나는 너에게 좋은 안전지대가 되고 있는 걸까?
단단한 애착을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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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키우면서 새로운 감정을 많이 알아가고 있다.
굳이 느끼는 감정의 갯수를 숫자로 표현하자면,
결혼을 하지 않았을 때와 결혼을 했을 때의 차이가 10배,
결혼을 해서 아기가 없었을 때와 아기가 있었을 때의 차이가 100배다.

결혼을 하지 않았을 누군가가 결혼을 해서 아기가 있는 누군가의 감정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고...느끼는 요즘이다.

아이를 핑계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상식 밖의 일을 벌이는 것을 이해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엄마라는 이름으로 내 앞에 툭툭 던져지는 무수한 감정들이
꽤 보편적이라는 걸 알게 됐다.
비단 나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이 땅의 많은 엄마들이
아기를 이렇게나 애지중지 키우나 보다.
아기를 위해 자신의 가시를 스스로 뽑을 수도 있는 고슴도치가 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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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꽁스와 함께 목욕을 하고 싶은 날이었다.
욕조에 적당히 미지근한 물을 가득 채우고
맨몸으로 앉아 아기를 안았다.

투정 없이 물장구를 치는 아기를 한참은 바라봤다.
피부에 난 솜털 하나하나까지 다 예뻤다.
보송보송하게 몸을 말려주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고 난 뒤
조명을 낮췄다.

침대에 뉘어 눈을 바라보며 자장가를 불러줬다.
예쁜 꿈을 꾸렴. 아가야.
새까만 눈동자가 사라졌다 생겼다를 반복한다.
꿈벅꿈벅.
잠들기 시작하는 꽁스의 얼굴이 한 없이 평화롭다.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이 슬펐다가. 좋았다가. 이리저리 뒤바뀐다.

수면교육을 울리는 방법으로만 하다가
얼마전부터 토닥이며 재우는 방법으로 바꿨다.

아기가 잠을 자려고 할 때 옆에 있어주지 않는 엄마는
엄마 자격이 없다는 글을 보고 난 뒤,

사실 한참은 멍해졌다.

울리는 방법으로 수면교육을 하면서
아기에게 제대로 된 자장가를 불러주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아기가 스스로 혼자 자야한다는 것에만 매여 있었다. 

토닥이며 재워도 아기는 10분 내에 혼자서 스르륵 잘 잤다.
울지 않고 눈 감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사실, 지금까지도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 모르겠다.
울리는 방법 때문에 아기가 혼자서 잘 수 있었고
지금 하고 있는 토닥이는 방법이 잘 먹혀들어간 걸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아기가 울며 잠드는 날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언제까지 토닥이는 방법이 잘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잠자는 아기 옆에서
따뜻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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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진짜
먹고, 자고, 싸는 것만 잘하면
아무런 탈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저 위의 세 가지 일이 정말 힘들고 어렵다는 일이라는 거.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덧글

  • 2018/05/16 15:3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5/18 16:5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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